박영진 목사(세광교회)

6월 23일 새벽, 2010 남아공월드컵 조별예선에서 대한민국 국가대표 축구팀의 사상 첫 원정 16강이 확정되던 순간, 이 같은 업적에 크게 기여한 크리스천 선수들은 무릎을 꿇고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이번 대표팀에 포함된 크리스천 선수들은 16강이 확정되자 너나 할 것 없이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하나 둘씩 모여든 이들은 둥글게 모여 기도했다. 특히 이번 예선에서 수비를 조율하며 노련한 경기운영과 함께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이영표 선수는 기도를 마친 뒤 김동진 선수와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퇴장하면서 연신 “주여”라고 외치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축구 해설자들은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로 허정무 감독의 탁월한 지도력과 용병술, 그리고 선수들의 강한 체력 훈련과 함께 수없이 반복된 전술 훈련의 땀의 결과라고 했다. 상대방 수비의 허점과 떨어진 스피드의 약점을 잘 이용했기 때문이란다.

그리스 전 승리 후 칭찬이 쏟아지더니 아르헨티나전이 끝난 후에는 다시 비난이, 그리고 나이지리아전에서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쓰고 나자 사람들은 다시 허 감독이 갖춘 명장의 요건들을 말하기 시작했다. 상대 팀의 전술과 전략을 읽어내는 지략, 자유방임과 카리스마의 조화. 코칭스태프 및 선수들과의 쌍방향 의사소통 능력과 상호간 무한 신뢰. 2002년 4강 신화를 이끌어낸 히딩크 리더십과는 또 다른 스타일이다.

사실 시드니 올림픽 전까지만 해도 허 감독 역시 권위적 지도자였지만 실패를 경험하면서 코칭 철학이 바뀌었다. 강팀을 상대해 이기려면 감독이 끌고 가는 게 아니라 선수들이 알아서 자율성과 창의성, 실력을 발휘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고 봤다.
 
이러한 해설을 들으면서 갈라디아 6장 7절의 “사람이 무엇으로 심든지 그대로 거두리라”고 한 말씀과 고린도후서 9장 6절의 “적게 심는 자는 적게 거두고 많이 심는 자는 많이 거둔다.”는 말씀을 생각하게 했다. 허정무 감독의 탁월한 창의적인 지도력과 정직한 선수 선발이 경기를 승리로 이끌게 한 원동력이었으며, 동시에 우리 국민들로 하여금 그의 지도력을 신임하게 하는 마음가짐을 갖게 했다.
또한 선수들의 끊임없는 연습과 노력, 뛰어난 개인 기술과 자기 위치에 충실하면서 팀플레이의 자랑스런 모습은 우리 국민들로 하여금 가슴 뭉클하게 하는 박수를 보내게 했다. 심은 대로 거두었기 때문이다.

전 국민을 하나로 만들어 경기가 있을 때마다 수많은 장외응원단들, 가정에서 TV 앞에 앉은 온 국민적 응원단들이 하나 된 마음으로 외치는 “대-한민국”은 우리를 신나게 했다. 방송 아나운서는 “딸과 아들과 아버지와 어머니와 온 국민이 부둥켜안고 모두 뛰고 환호했다”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신나는 새벽이요, 황홀한 새벽이었다. 심은 대로 거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이 저력있는 민족이며 또한 하나로 뭉칠 수 있는 민족임을 증명했다. 우리네 정치판에서도 허정무 감독과 같은 정직하고 창의적인 믿음직한 정치 지도자와 자기 의무를 다하는 땀에 젖은 선수들과 같은 정치인들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축구선수들처럼 박수 받을만한 정치하는 사람들과 국민들이 함께 어우러져 세계의 지도자들과의 외교 경제 문화의 경기장에서도 신나게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되어진다. 심은 대로 거두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지도자 모세는 하나님의 떨기나무 불꽃 앞에서 자신의 더러운 신발을 벗어 던진 후에 이스라엘 백성을 애굽의 종살이에서 해방시켰다. 모세의 바통을 받은 여호수아도 먼저 여리고 성문 앞에선 하나님의 군대 장관 앞에서 자신의 더러운 신발을 벗어 던진 후에 가나안을 정복했다. 한국의 교계를 이끌어갈 지도자들과 그리스도인들을 생각해 본다. 먼저 자신의 교만, 음란, 명예, 혈기, 파당의 온갖 더러운 신발을 벗어 던지고 영적 전쟁에 임해야 한다.

심은 대로 거두리라. 기독교 지도자들과 그리스도인들이 먼저 신을 벗는 정직함이 있어야하고, 그리고 창의적인 개혁이 있어야만 이 나라에 소망이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으리라. 그래야만 남북의 통일도 가능하고, 교회의 부흥도 이루어지리라. 심은 대로 거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