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Document

장마가 끝나고 나면 폭염의 때이다. 34-5℃까지 오르내리고 습도가 높은 날은 도무지 집중할 수가 없고, 일의 능률도 오르지 않고 쉽게 지치고 피곤해진다. 사람들은 무더위를 피해 휴가를 떠난다.

우리나라 여름휴가는 7월 마지막 주간부터 8월 초까지, 약 2주간이 휴가의 절정을 이루는 때여서 이 때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여행 가방을 챙겨 들고 집을 나선다.

사람은 누구나 수많은 감옥 속에 갇혀 지낸다. 일상도, 혈육도, 연인도, 천직도, 생업도…어쩌면 하나의 끝도 없는 감옥일 수 있다. 그러나 잠깐 동안의 휴가여행은 그 모든 것으로 부터의 가석방을 선언 받는 시간 아닌가? 그래서 휴가, 그것은 황홀한 가석방의 시간이다.

집을 나서기 전에는 휴가여행에 대한 기대와 환상으로 때론 잠을 설치기도 하고 어린아이들처럼 즐겁다. 그러나 우리의 여름휴가 여행 현실은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기대와 환상을 깨트리며 다가온다. 꽉 막힌 고속도로, 길게 늘어선 대합실 사람들, 난잡한 대중가요 소리, 쌓여있는 쓰레기, 바가지요금, 먹고 마시고 고함치는 소리들로 인한 육질(肉質)의 악취로 가득한 공간으로 내몰림을 당하게 된다.

사람들은 불나방이 불 속으로 달려들 듯 육질로 가득 찬 공기 속으로 자신을 던져 세속적이고 정욕적인 시간을 즐긴다. 대부분의 휴가지의 공간들은 여행자들을 침묵하게 하거나, 고독하게 놔두지 않으려 한다. 사색, 명상, 홀로 느끼는 기쁨, 영적 충전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게 휴가지에서의 시간을 보내고 귀로의 인터체인지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것은 두 계단쯤 더 하나님과 멀어진 자신의 모습과 육체에서 풍겨오는 육욕의 시큰한 탈진, 그리고 유산균처럼 가슴이 찰랑거리는 죄의 체액일 것이다.

그리하여 영성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이들은 여행의 귀로에서 초라해진 자신의 영혼을 보며 슬픔을 느끼게 된다. 오락이나 유희, 즐거움이나 광기처럼 소비적인 풍물로 전락 되어진 휴가는 영성이나 신앙 성장, 하나님의 기쁨 등과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다.

에리히 프롬은 ‘쉬는 방법에 따라 인간은 변한다.’고 했다. 올 여름, 우리가 받은 가석방의 시간은 어떻게 될까? 차라리 휴가의 시간을 살짝 변경하여 휴가시즌이 끝난 후 한가롭고, 넉넉하게 가석방의 시간을 즐기는 것도 지혜일 것이다.